마술을 부리는 마술에 걸리다

2016년 5월 10일

[조선일보] 마술을 부리는 마술에 걸리다

중국인 마술사가 서울 용산에 출현했다. “이 항아리 봐라 해, 아무것도 없다 해, 아 그런데 이거 봐라 해, 쌀 나왔다 쌀!” 분명히 텅 비었던 항아리 속에서 쌀이 나오고, 성냥갑이 나오고 콩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구름처럼 몰려든 관중 틈에서 아이 하나가 침을 삼켰다. “마술만 배우면 안 굶겠다, 야.” 아이는 마술사에게 접근했다. “나 마술 가르쳐줘요.” 마술사는 기도 안 찬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이거, 어려워서 아무나 못 배운다 해.” 마술에 의탁해 굶주림을 면하려던 어린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훗날 아이는 마술 같은 인연으로 진짜 마술사가 되었다. 이흥선(84), 60년째 마술을 공연하고 있는 대한민국 1세대 마술사다. 예명은 ‘알렉산더 리’다. “그 시절엔 너무 가난했어요. 마술 배우면 없던 쌀을 마구 […]